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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단풍이 - 박노해의 숨고르기
올 가을엔 단풍이 좋지 않네요/가을 산을 물들이며 내려오던/붉은 단풍잎도 산벚잎도 조팝잎도/노란 자작잎도 참나무잎도 비목잎도/곱게 빛나지 못하고 무겁게 떨어지고//올해는 가뭄 끝에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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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단풍이
박노해
올 가을엔 단풍이 좋지 않네요
가을 산을 물들이며 내려오던
붉은 단풍잎도 산벚잎도 조팝잎도
노란 자작잎도 참나무잎도 비목잎도
곱게 빛나지 못하고 무겁게 떨어지고
올해는 가뭄 끝에 비가 너무 많았지요
과잉은 결여보다 무서운 거겠지요
그래도 산국화 향기는 그윽했고
붉은 감은 높이 등불을 밝혔고
송이랑 능이랑 다래 머루는 풍성했네요
너무 적어도 너무 넘쳐도
우리 생의 날들도 이렇겠지요
가을 단풍이 빛나지 않으면
새봄도 생기 차지 못하겠지요
가을날, 눈부시게 사르지 못한
초췌한 나무 사이로 고개 숙여 걸으며
우리 인생의 결실은 결국
자기 자신을 수확하는 거라고
사랑으로 나를 다 사르며
내 안의 빈자리를 키운 정한 나목으로
눈 내리는 겨울 길을 걸어가자고
맑은 가을 햇살에 나를 물들여가네요
- 박노해 시인의 숨고르기 ‘올해는 단풍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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