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한 놀이터
박노해
세상이 너무 재밌어졌다
유치원도 놀이터도 공원도
똑같은 놀이기구로 재밌어지고
텔레비전도 게임도 인터넷도
똑같은 자극으로 재밌어졌다
좀 심심하게 살고 싶다
세상이 심심해지면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만의 놀이를 만들겠지
흙모래와 나무토막만 있는 심심한 놀이터에서
아이들은 나무토막을 가지고 이리저리 궁리하고
서로 협력하며 날마다 다른 놀이를 창조하겠지
나무 몇 그루와 벤치 몇 개만 놓여진
심심하고 고즈넉한 흙바닥 공원에서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휴식을 찾아 즐기겠지
텔레비전도 컴퓨터도 꺼진 조용한 집안에서
가족들은 심심해서 책도 읽고 대화도 나누고
투정도 부리고 장난도 치며 우애 깊어지겠지
시원하게 비워진 시골집 흙마당처럼
해와 바람의 연출에 따라 경이로움이 피어나듯
삶이 좀 더 심심하고 깊어지면 좋겠다
심심하게 비워진 세상에서
사람들은 다양한 삶을 궁리하고 찾아내면서
스스로 살아가는 힘을 창조하겠지
심심해서 함께 나누는 행복을 추구하겠지
- 박노해 시인의 숨고르기 ‘심심한 놀이터’
시집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수록
그러게요.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심심하면서 모두들 새로운 각자만의 놀이터를 만드는 세상이 곧 오리라 생각합니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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