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무 일도
박노해
아무 일도
아무 일도
아니라고 한다
온 국민이 뜬 눈으로 지켜본
공포의 비상계엄쯤은
아무 일도 아니라고 한다
전투 헬기가 뜨고 장갑차가 진격하고
계엄군이 국회를 침탈해 총구를 겨눈 건
아무 일도 아니라고 한다
하루아침에 국격이 추락하고
민생경제가 파탄 나버린 것은
아무 일도 아니라고 한다
싹 다 끌어내 수백 명은 죽여야 했는데
국회를 점령하고 즉각 해산시켜야 했는데
방송과 언론을 장악해 중단시켜야 했는데
국지전을 일으켜 전시계엄을 유지해야 했는데
시신 가방 수천 개를 가득 채워야 했는데
이 모든 계획이 실패했다고 자백하면서
아무 일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니 헌재는 탄핵을 기각하고
나를 대통령직에 복귀시키라고,
그러면 헌재가 준 계엄면허증을 쥐고
두 번 세 번 반드시 성공시키겠다고
아무 일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게 해버린 자들
국회로 달려온 시민들과 머뭇거린 군인들과
신속하게 모여 계엄을 해제한 의원들과
한겨울 내내 얼며 떨며 광장과 거리에 나선
빛을 든 국민들을 싹 다 잡아들여 처단하겠다고
그리하여
피의 권력이 무엇인지
내란 수괴가 무엇인지
영구 독재가 무엇인지
아무 일도
아무 일도 아닌
그 모든 일을 보여주겠다고
- 박노해 시인의 숨고르기 ‘아무 일도’
아무 일도 - 박노해의 숨고르기
아무 일도/아무 일도/아니라고 한다//온 국민이 뜬 눈으로 지켜본/공포의 비상계엄쯤은/아무 일도 아니라고 한다//전투 헬기가 뜨고 장갑차가 진격하고/계엄군이 국회를 침탈해 총구를 겨눈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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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함이 동병상련입니다...
우리가 노력해야만 해가 뜨고 아침이 온다는 것이 매번 슬픕니다.
너무도 당연한 것이 아니 었던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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